투기적시장 NDF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 좌지우지

하루 30.5원 급락…외환시장 패닉
역외선물환에 휘둘린 원화값

정부 "NDF 규제 아직…"


요즘 원화값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차액결제선물환(NDF)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외 시장에서, 그것도 소수의 투기적 시장 참여자들의 호가로 결정되는 NDF 가격이 이튿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ㆍ달러 환율을 쥐고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자 시중은행 외환 딜러들은 일시에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9일 종가(1077.3원)보다 무려 20.7원 급락한 1098원으로 개장했다. 오전 중 1092원까지 올랐지만 장 막판에 맥없이 무너지며 결국 1100원 선을 하향 돌파했다. 원화값이 1100원선이 깨진 것은 5월 25일(1101.8원)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는 연중 최고치인 지난 7월 27일의 1050원에 비하면 불과 한 달 반 만에 원화값이 58원(5.5%)이나 떨어진 셈이다.

이날 원화값 급락 배경에도 어김없이 NDF가 있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NDF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1개월물 기준)은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보다 21원 오른 1101원에 최종 호가됐다. 뉴욕 NDF 원화값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며 12일 한때 1107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다행히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기대감에 다소 진정됐지만 원화값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올봄만 해도 원화값 상승을 점치면서 일방적으로 달러 매도에 나섰던 NDF 참여자들이 최근엔 매수로 180도 돌아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나면서 원화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물론 서울 현물환 시장에선 원화값이 하락할 때마다 수출업체들이 꾸준히 달러 매도에 나서며 환율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는 있다. 실제로 지난 20거래일 동안 원화값은 9번 오르고 11번 떨어지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나 시장에선 달러당 원화값의 추세적 지지선이 1050원에서 1100원으로 이미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물환 시장이 사실상 NDF에 `백기`를 들었다는 의미다.

주재석 HSBC 전무는 "NDF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이 한번에 몇 억달러씩 포지션을 크게 잡다 보니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으로 쭉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주 전무는 "계속 이런 식으로 휘둘리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원화값이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NDF 플레이가 시장을 좌우한다기보다 시장 여건들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며 "원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 통화도 약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화 변동성이 다른 통화에 비해 큰 것은 한국 증시의 유동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아직 NDF 규제를 놓고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변동성이 클 때 규제에 나서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나 아직 NDF 규제에 나설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스위스프랑 등 유럽 통화를 공략했던 투기 세력이 아시아 통화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용어설명 >

차액결제선물환(Non-Deliverable Forward) : 특정국가 통화에 대해 계약시 선물환율과 만기시 현물환율 `차액`만을 달러화로 정산하는 선물환 계약. 실수요보다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환헤지나 투기적 목적으로 이용된다. 홍콩, 싱가포르, 뉴욕에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하루 평균 원화 NDF 거래는 2008년 120억달러까지 급증했다가 지금은 30억~4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 실시간 NDF 환율 조회 : Bloomberg

- 실시간 NDF 환율 조회 :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