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 소콜 스캔들, 비도덕적 공식입장 표명

2011. 5. 1. 16:24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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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2011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분위기는 예년보다 어두웠다. 올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 순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반토막난 데다 측근의 인수기업 사전 주식매입 스캔들로 얼룩져서다.

작년만 해도 버핏은 촌철살인하는 투자조언과 유머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다. 주주대화를 측근의 주식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사죄의 변으로 시작한 터여서 잔치 분위기는 처음부터 찾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버핏의 투자철학이 돋보이는 조언이 이뤄졌지만 작년처럼 풍부하지 못했다.

참석한 3만여 주주들도 축제를 즐기기 보다 현안문제에 대해 버핏이 무슨말을 하는지 들으러 온 사람들 같았다. 주주의 첫 질문도 측근의 스캔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현안 문제에 대한 언급이 마무리된 오후에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분위기가 영 썰렁했다. 작년 주총이 끝날때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 유머 살아있었지만 환하지 못했다

버핏 특유의 입심은 살아있었다. 현금운용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던 중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패리스 힐튼과 남미로 도주할 것에 대비해 현금을 안전한 곳(국채)에 모셔뒀다"고 익살을 떨었다. 현금은 수익을 바라지 말고 잘 지키고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오마하서 식품가게를 했던 그의 할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최소한 1000달러는 항상 안전한 예금상자에 넣어놓고 살 것을 가르쳤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의 농담은 환하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관행이 잘 지켜지고 있는 다른 회사사례를 연구할 뜻이 없느냐는 주주 질문에 멍거 부회장이 장황하게 설명하자 듣기 싫다는 듯 가상 납치사건 유머로 치고 들어왔다.

버핏 회장은 "납치범이 나와 찰리를 인질로 잡은 뒤 죽이기 전에 마지막 소원을 묻는다면 "차라리 나부터 쏘아달라고 할 것"이고 말했다. "찰리가 틀림없이 도매형 할인점 코스트코 사례에 대해 한번더 설명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므로 그것을 듣고 앉아있느니 먼저 죽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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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 앞서 주총장 1층에 마련된 계열사 부스에 들러
자사 제품을 만져보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기상천외한 농담에 모처럼 박장대소가 터졌지만 주주의 속은 편해보이진 않았다.

윤리적 투자를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띄였다. 요즘 한참 가격이 오르는 귀금속과 원유에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금은 쳐다보는 재미외에 쓸데가 어딨느냐"며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돈된다고 아무데나 달려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측근 인수기업 사전 주식매입 "비도덕적" 공식 입장

이날 버핏은 1분기 실적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작심한 듯 측근 스캔들에 대한 생각부터 개진했다. 측근 데이비드 소콜 전 미드어메리칸 에너지 회장의 루브리졸 주식 사전매입이 회사 윤리규정을 위반한 명백한 비도덕적 행위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주주서한에서 그의 행위에 좀더 분노를 표시하지 않고 두둔한데 주주에게 죄송하다고도 했다. 설명에서 버핏은 소콜이 자신에게 주식매입 경위와 인수추진과정을 소상하게 고하지 않은데 거듭 실망을 나타냈다.

주주와의 대화 시작전 홍보영화 중간에 버핏이 91년 살로먼 브러더스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의회에 증언한 장면이 방영돼 이날 주총 이슈를 직감케 했다. 화면에서 버핏은 "법은 지켜져야 하는데 살로먼 브러더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버핏은 사태 수습을 위해 살로먼 브러더스 임시회장을 맡았었다.

이날 버핏이 대놓고 화를 내진 않았지만 소콜과 사안에 대한 실망감은 역력히 묻어났다. 스캔들 중심에 선 데이비드 소콜 전 미드어메리칸 에너지 사장은 버핏이 10여년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여러가지 중책을 맡겼던 인물이다. 때문에 후계 1순위로 일찌감치 점지됐었다.

그의 낙마를 계기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후계에 대한 질문에 완강하게 답을 피했다. 후계자의 조건으로서 "화살처럼 곧은 사람, 윤리적으로 완전하게 공명정대한 사람"을 꼽았을 뿐이다.

소콜이 이날 변호사를 통해 "버핏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반발, 버핏과 소콜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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