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채권의 최대 보유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
2011. 5. 4. 06:20ㆍ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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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금리 올려도 長期금리 왜 안 오르나 했더니…]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쯤 中, 한국 채권 최대 보유국
자금조달 쉬워진 건 장점… 중국이 투자금 갑자기 빼면 한국경제 큰 교란 요인 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3%로 인상한 지난 10일, 국내 금융사 채권 딜러들은 혼란에 빠졌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 실세금리가 오르는 것이 정상인데, 이날은 오히려 채권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14%포인트 하락했다.이런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한은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중금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기준금리는 올라가는데 시중금리는 왜 제자리걸음일까.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유력한 설명 중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많이 사들이는 바람에 한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채권 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까지 한국 채권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던 중국은 2009년 하반기 이후 한국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해 순식간에 세계 4위의 한국 채권 보유국가로 떠올랐다.
- ▲ 한국 채권을 많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외환 관리기관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책임자 이강(易綱) 국장.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전 세계가 호황을 구가하던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시중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 이유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장기금리는 떨어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나온 해답은 '중국'이었다.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린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채권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한국 채권 최대 보유국 눈앞에
중국이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데는 특이한 패턴이 있다.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금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채권을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반면, 중국은 이에 아랑곳없이 매달 4000억~5000억원 정도를 꾸준히 사들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이후 해외 투자자의 채권 매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도 중국만은 별 반응이 없다.
- ▲ 그래픽= 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중국이 왜 갑자기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일까. 중국의 해외투자 다변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썼던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장래가 불투명해지자 미국 비중을 줄이는 대신 투자처를 다양화하고 있다. 전병서경희대 겸임교수(중국경영학과)는 "미국 지방정부와 유럽 국가들은 부도 위기에 빠졌고, 일본도 제로금리여서 중국 입장에선 아시아 등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OECD 국가이면서도 금리가 비교적 높은 한국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도 투자 확대의 이유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연 수익률 4%짜리 채권을 샀는데, 환율이 4% 절상된다면 손쉽게 8%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 일부를 해외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등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무마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높아져 복수통화바스켓제로 복귀한 시점을 전후해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환율관리 부작용 우려
3월 말 현재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주식과 채권을 합쳐 11조4576억원으로, 3000조원 가까운 중국의 외환보유고에 비하면 아직 '새 발의 피'다. 중국의 한국 채권 투자 확대는 채권시장의 수요 저변을 확대해 우리 기업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돈을 뺄 때 차이나머니가 안전판이 돼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에의 투자를 본격화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는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임으로써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한국처럼 작은 규모의 경제에서는 감당 못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앞서 설명한 것처럼 통화정책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보통 통화정책은 단기금리를 조절해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주로 장기채권을 사들이면서 단기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다. 환율 관리 측면에서도 불리한 점이 많다.
더 큰 걱정은 차이나머니가 정치적 무기가 되는 경우이다. 전병서 교수(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중국이 외국에 투자할 때는 항상 정치적인 함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의 차이나머니 의존도를 한껏 올려놓은 뒤 갑자기 돈을 빼가는 경우엔 우리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중국 경제가 정치에 예속돼 있고, 정치의 예측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운다. 전병서 교수는 "아직까지는 중국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이 만약 미국에 투자한 금액 일부를 빼내 한국에 투자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한국 경제에 큰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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