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여부는 유럽식 양적완화가 관건

2011. 8. 15. 10:37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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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사전 경고' 신현송 프린스턴大 교수 인터뷰
美 경제는 - 금융위기 할퀸 상처 오래가, 26일 3차 달러 풀기 가능성
한국은 - 해외자금 유럽계가 50% 넘어… 유럽계 은행 동향 주시해야
"유럽을 주시해야 합니다. 전 세계 금융위기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건 미국이 아닌 유럽입니다."

금융위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신현송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 증시 폭락의 도화선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유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한국 주식이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 코가 석자인 유럽계 은행들과 일부 헤지펀드가 다급하니까 묻지마식으로 돈을 빼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럽계 은행이 위기를 전이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들어온 해외 투자자금 가운데 유럽계가 50%를 넘어 유럽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한국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도 양적 완화 해야… 안 하면 유로화 붕괴된다

문제는 유럽 사태 전망이 밝지 않은 점이다. 지난달 21일 유럽 정상들은 역내(域內) 위기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4400억유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것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페인 국채만 7000억유로에 이르고, 이탈리아 국채를 포함하면 2조유로가 넘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적어도 3조유로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원의 상당액을 내야 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국내 여론의 반대를 이겨내기 힘들고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 교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미 연준처럼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자금을 공급하는 것)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유로화가 붕괴되는 걸 눈뜨고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적인 금융위기 전문가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한국은 해외 자금 가운데 유럽계 자금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유럽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유럽계 은행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2년간 제로금리 선언은 양적 완화보다 획기적 조치

그는 최근 미 연준(Fed)이 최소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건 혁신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해외 중앙은행의 여러 관계자들이 처음엔 자기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며 "양적 완화 조치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제로금리 자금으로 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제로금리가 핫머니라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사태가 잠잠해지면 한국 등 경제 여건이 좋은 신흥국으로 쓰나미처럼 돈이 몰려 올 게 확실합니다. 앞으로 들이닥칠 달러 자금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한국 정부의 과제입니다." 그는 특히 외국은행 지점으로 들어오는 단기 외화자금을 예의주시해야 하며 필요하면 비(非)예금 외화 부채에 부과하는 거시 건전성 부담금(일명 '은행세')을 현재 최고 0.2%에서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모든 총알을 다 썼다는 점에선 2008년보다 불리

신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이번 위기의 공통점은 은행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와 투자 축소)이 원인이 됐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위기는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직격탄이 됐어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국채 발행 국가인 이탈리아 위기가 터지자 유럽계 은행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대규모로 내다 팔았고, 장부상 손실이 커지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죠."

2008년과 다른 점은 당시엔 각국 정부의 재정 상태가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아 부양책을 쓸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이나 모든 총알을 다 써버렸다는 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점에선 불리하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어느 정도 털었기 때문에 디레버리징의 정도와 심각함이 덜하다는 점에선 희망적입니다."

그는 한국에 다행스러운 건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과 유동성(자금 흐름)이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3년 전에 비해 해외 위기가 국내로 크게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리스크를 감당 못하는 금융회사들은 주가가 싸더라도 계속 주식을 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는 변동 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 당분간 회복 힘들어… 모든 충격에 대비해야

그는 당분간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고용과 생산 등 각종 지표가 모두 부진합니다.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경제는 상처가 아주 깊고 오래간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는 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미국 금융회사들도 함께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될 것이고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수 있다"며 "유럽 상황에 따라 미국의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유럽 사태가 악화되고 세계 경제에 불안 조짐이 커질 경우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오는 26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회의에서 3차 양적 완화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모든 충격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현송 교수는] 2008년 미국發 금융위기 예측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하고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런던 정경대(LSE) 교수 등을 거쳐 2006년부터 미 프린스턴대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을 자문했고, 지난해엔 청와대 국제보좌관으로 일하면서 한국 정부의 G20 정상회의 준비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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